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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잘 팔릴 겁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에어팟 맥스는 잘 팔릴 것이다.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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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에어팟 1세대가 처음 등장했던 2016년으로 돌아가보자. 사람들은 ‘누가 저 콩나물처럼 생긴 우스꽝스러운 이어폰을 20만 원이나 주고 사겠냐’고 비아냥댔다. 심지어 유선을 배제한 무선 이어폰을 말이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IT 매체들까지 앞다퉈 비난을 쏟아냈기에 에어팟의 전망은 꽤나 어두워 보였다. 물론 우리는 이후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에어팟은 지금 무선 이어폰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독점적인 제품이자, 애플을 먹여 살리는 효자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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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으로서 애플의 무서운 점은 매끈한 디자인이나 OS 최적화 같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그 시장을 대중적으로 확대하는 능력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가 그랬고 에어팟도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에어팟이 발매되기 전 무선 이어폰 시장은 마니아 위주의 스몰 마켓이었지만, 에어팟의 등장과 함께 빅 마켓으로 성장했다. 애플의 수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위의 표는 지난 2019년 에어팟이 벌어들인 수익과 다른 IT 기업들의 수익을 비교한 것이다. 오로지 에어팟만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어도비나 엔비디아, AMD 같은 테크 기업보다 높다. 심지어 테슬라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에어팟이 애플을 떠나 별도의 기업으로 분사한다 해도 테슬라 정도의 기업 가치는 얻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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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쉽게 이해하기 힘든 얘기다. 테슬라는 세상을 바꾸는 것 같고, 넷플릭스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기존 방송국과 극장을 위협한다. 하지만 에어팟은 그저 듣고 말하는 용도밖에 없는 제품인 것 같은데 시장이 이렇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에어팟을 일종의 음성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 간 디지털 환경의 중심에 있었던 건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이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이나 에어팟, 애플워치 등이 상호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이어폰이나 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들이 독자적인 플랫폼이 될 거라는 의견이 많다. 예컨대 이미 날씨나 위치 등의 간단한 검색은 에어팟(시리), 애플워치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에어팟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비대면 사회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에어팟은 공기 같은 기기다. 에어팟을 끼고 회의하고, 운동하고, 요리하고, 운전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애플뮤직으로 음악을 듣고, 트위치로 게임 방송 중계를 듣거나 유튜브에 올라온 명사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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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클럽하우스(Clubhouse)는 올해 가장 요란했던 새로운 소셜 앱이다. 이 앱은 오디오 기반의 SNS다. 사람들은 (단체 채팅방 같은) 음성 채팅방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고, 그저 듣기만 할 수도 있다. 셀러브리티가 방을 개설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부담이 없고, 글이 아니라 말이기에 좀 더 날 것의 메시지가 된다. IT 매거진 <와이어드>는 클럽하우스를 리뷰한 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면 매 순간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 같다. 어젯밤에도 놀라운 클럽하우스 대화가 있었는데 내가 그 채팅방에 없었다면 어디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1-20대들 중에도 친구와 영상통화 기능을 켜둔 채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샤워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함께 있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다. 말하자면 24시간 에어팟을 끼고 살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에어팟이 올 한해만 약 1억 대 가량 팔릴 것이라는 예측은 의미심장하다. 에어팟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고,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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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 전 에어팟 맥스를 공개하며 라인업을 완성했다. 에어팟은 엔트리 라인, 에어팟 프로는 미들 라인, 에어팟 맥스는 하이엔드 라인을 담당한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라인업 체제(벤츠의 C-E-S 같은)를 만든 건 애플처럼 충성 고객이 많은 브랜드에게는 꽤 유효하다. 유저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굳이 헤드폰 형태의 에어팟 맥스를 출시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에어팟 맥스에 대한 현재까지의 반응은 환호보다 의구심에 가깝다. 70만 원이 넘는 가격과 일반 무선 헤드폰 대비 너무 무겁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니의 WH-1000XM4 같은 모델이 40만 원대에 에어팟 맥스 대비 100그램 가벼운 무게를 가졌으니 무리는 아니다.

애플은 이런 반응에 신경 쓰는 대신 에어팟 맥스에 ‘하이파이’나 ‘하이엔드’ 같은 홍보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에어팟 맥스가 대중적인 헤드폰 시장이 아니라 고가 시장을 겨냥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고가 헤드폰 시장에는 100만 원 이상의 제품은 아주 흔하고 500만 원 이상의 제품도 몇 있다. 이런 제품들과 경쟁할 자신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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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맥스에 대한 기술적 설명은 애플의 홈페이지(apple.com/kr/airpods-max)에 지나칠 정도로 잘 나와있다. 다만 두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우선 ‘컴퓨테이셔널 오디오’다. 이는 일종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상하좌우 모든 방향에서 소리가 들려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볼 때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면, 실제로 소리가 위에서 나는 느낌을 준다. 또한 내장 자이로스코프 덕분에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사운드가 정해진 위치에서 들린다. 머리 위에서 비행기 소리가 나서 위를 바라보면 눈 앞에서 소리가 나는 식이다. 이런 공간감은 단순히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일반 음악 감상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이어폰 대신 헤드폰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음질에 조금 더 까다롭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음질 때문이라기보다 헤드폰이 줄 수 있는 공간감 때문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이어폰은 점에서 소리를 내지만, 헤드폰은 면에서 소리를 낸다. 이어폰도 충분히 깨끗하고 섬세한 소리를 낼 수 있지만 공간감이라는 측면에서는 헤드폰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헤드폰의 특성을 가진 채로 공간감을 더 강조하는 기능을 넣었으니 에어팟 맥스는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악기의 수가 많은 클래식, 공연 영상 등을 시청할 때도 상당한 강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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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재는 H1칩이다. H1은 이미 에어팟 2세대에 사용됐던 데이터 통신용 칩셋인데 에어팟 맥스에도 쓰인다. H1칩으로 인해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 간 자유로운 연결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맥에서 음악을 듣다가 아이폰으로 온 전화를 받으면 에어팟 맥스가 자동으로 아이폰으로 연결되고, 통화가 끝나면 다시 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연결된다. 또한 언제든 시리를 불러 메시지 확인, 날씨, 스케줄 확인 등도 가능하다. 이건 사용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매력적인 사용자 경험이다. 에어팟보다 더 성능이 좋은 이어폰이 많은 데도 에어팟을 떠날 수 없는 큰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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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들에서는 이미 에어팟 맥스의 리뷰가 꽤 등장하고 있다. 그 평가 중 인상적인 몇몇을 옮기면 이렇다.

- 사운드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소니 헤드폰보다 사운드 스테이지도 더 넓다(THE VERGE)

-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정말 훌륭하다. 경험한 헤드폰 중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꽤 무겁긴 하지만 사용하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CNET)

- 메시 밴드가 머리에 가해지는 무게를 오랫동안 분산시킨다. 장시간 착용해도 상당히 편안하다(CNET)

- 디지털 크라운의 사용성이 훌륭하다. (소니 등의) 터치 컨트롤보다 에어팟 맥스처럼 크라운으로 조작하는 것이 더 정확하고 쉽다(CNBC)

외신의 리뷰에 따르면 우려했던 음질이나 착용감, 사용자 경험 등은 기대 이상인 것 같다. 이 평가가 맞다면, 에어팟 맥스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른다. 에어팟 맥스는 수백 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헤드폰들과 비교해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주면서 애플만이 할 수 있는 편의성을 더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본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고, 에어팟 맥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0만 원대라는 가격이 (애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큰 진입 장벽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애플은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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