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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주식지갑을 털어보자

버핏을 의심하는 당신에게.

2020. 12. 14

워런 버핏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Writer 조성준 : 경제신문 기자. 자본소득을 꿈꾸는 동학개미.

‘투자의 신’ 버핏이 체면을 구겼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올해 2월, 거의 모든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그중에서도 항공기업 주가는 더 크게 떨어졌다. 버핏은 이 타이밍을 기회로 여기며 델타항공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코로나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델타항공 주식은 계속 곤두박질쳤다. 버핏은 항공업의 암울한 미래를 직시하고 결국 델타항공 주식을 모두 손절했다. 그러면서 “항공주 투자는 나의 실수다.”라고 인정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 세계 주요 경제지들은 버핏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테슬라로 대표되는 성장주 주가가 순식간에 두 배, 세 배로 오르는 것과 비교하면 버핏이 사랑하는 금융사, 제조업, 식료품 기업 주가 성적은 초라하기 때문이다.

버핏은 ‘가치투자’로 유명한 투자가다. 가치투자란 성장성이나 실적을 따져봤을 때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오랫동안 보유하는 투자 전략이다. 버핏뿐만 아니라 벤저민 그레이엄, 피터 린치 등 전설적인 투자자 대부분은 가치투자로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래서 버핏 시대가 저문다는 것은 가치투자 시대가 끝나간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가치투자의 힘을 믿는 목소리도 크다. 가치투자가 의심받은 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시기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비트코인처럼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다. 눈만 뜨면 신생 인터넷 기업이 상장했고, 천문학적인 돈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때도 세상은 전통적인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버핏의 방식은 한물간 전략이라고 비하했다. 하지만 닷컴버블 광풍이 잦아들자 버핏의 시대가 돌아왔다. 성장주의 거품이 꺼지자 가치주에 돈이 몰려들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주 투자가 의심받는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버핏은 여전히 성장성이 높고, 오랫동안 보유해도 좋을 좋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고 있다. 그의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는 기업 중 우리에게 생소한 기업을 분석해보자.

스톤코(StoneCo)

‘남미의 페이팔’을 꿈꾸는 핀테크 기업

스톤코

당근마켓이 인기다. 갖고 있자니 짐이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을 당근마켓에 올려 거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물건들 대부분은 1만~2만 원 정도다. 소소한 금액이기에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거래하곤 한다.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손에 쥔 만 원짜리 지폐로 3,200원 커피 한잔을 사고 잔돈 6,800원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지갑에 지폐를 꼬깃꼬깃 꾸겨 넣고, 동전은 주머니에 넣는다. 왠지 성가시다. 신용카드는 물론, 각종 ‘페이’ 서비스가 난무하는 시대 속에서 현금은 짐처럼 느껴진다. 시골 백반집에도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한국은 ‘현금 없는 시대’에 얼추 도달한 나라다. 핸드폰만 들고 나가도 버스 요금부터 백화점 결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바로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사정이 다르다. 도쿄 한복판에 있는 식당인데도 오직 현금만 받는 업장이 많다. 일본은 카드 대비 현금 결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현재는 일본도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인프라를 개편 중이다.

남미로 넘어가 보자. 남미 역시 일본처럼 현금 이용 비율이 높다. 하지만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현금을 중시하는 일본과 달리 남미는 결제 인프라 부족 탓에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 이제야 남미에도 서서히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보급 중이다. 이 거대한 흐름 중심에 있는 기업이 스톤코다. 브라질에 기반을 둔 핀테크 기업 스톤코는 지난 2018년에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했다. 상장 초기에 버핏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좀처럼 IT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버핏이 신생 브라질 핀테크 기업에 투자했다는 소식에 투자계가 술렁거렸다. 버핏이 스톤코에 투자한 이유는 무서운 성장성 때문이다. 스톤코는 오프라인 상점에 결제 단말기를 대여해주거나,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스톤코는 낮은 수수료를 내세워 재빨리 브라질 디지털 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분기마다 매출과 순익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남미 최대 경제 국가인 브라질은 인구 2억 명이 넘는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여전히 온라인 결제 보급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남미의 페이팔’을 꿈꾸는 스톤코가 개척할 영토는 매우 넓다.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는 기업 중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기업 톱3 안에 스톤코가 들어간다.

크로거(Kroger)

제2의 아마존 꿈꾸는 슈퍼마켓

크로거

코로나로 뜬 단어 중 최고는 역시 언택트(untact)다. 모든 분야에서 거리두기가 중요해지면서 언택트는 시대 정신이 됐다. 이젠 많은 기업이 ‘줌’을 이용해 화상회의를 한다.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E커머스 기업 역시 언택트 시대 승자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도 공룡이었던 아마존은 덩치를 더 키웠다. 오프라인 매장에 중점을 두던 기업들조차 생존을 위해 온라인 채널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공격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강화한 나이키는 현재 새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물론, 전통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코로나 이전부터도 화두였다. 단지 코로나가 기업들의 변신 타이밍을 앞당겼을 뿐이다. 이렇게 기업도, 투자자도 언택트에 꽂혀있을 때 버핏은 1883년에 문을 연 슈퍼마켓 크로거에 베팅했다.

크로거는 미국에만 약 4,000개 매장을 보유한 거대 슈퍼마켓 체인이다. 미국 오프라인 리테일 분야에서 월마트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버핏은 월마트, 코스트코 주가를 20년 이상 보유할 정도로 슈퍼마켓 투자를 선호했다. 그러다 2018년 말 월마트 주가를 모두 매각했고, 최근엔 코스트코 지분 전량도 처분했다. 이렇게만 보면 버핏은 오프라인 슈퍼마켓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인정하는듯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 월마트, 코스트코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진 크로거 지분은 계속 늘리는 중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근 크로거의 행보를 보면 버핏이 단지 '오프라인 슈퍼마켓 투자'만을 목적으로 크로거 지분을 늘렸다고 보기 어렵다. 전통 기업인 크로거 역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알리바바와 제휴를 맺은 크로거는 중국 전자 상거래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미국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선 것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강화를 위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크로거는 영국의 온라인 식료품 소매기업인 오카도와 손을 잡았다. 오카도는 세계 최고의 로봇 자동화 물류센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크로거는 오카도의 힘을 빌려 자동화 물류창고를 구축해 온라인 쇼핑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크로거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도 손을 잡았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계산대가 없는 매장을 구축하는 중이다. 예컨대, 고객이 크로거 매장을 찾아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면 각종 카메라나 센서가 물품을 스캔한다. 매장을 벗어나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무인 식료품 배달까지 연구하고 있는 크로거의 행보를 보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보이지 않다. 마치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을 보는듯하다. 10년, 20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버핏은 크로거에 베팅하면서 '제2의 아마존'을 상상하지 않았을까.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버핏의 원칙마저 무너뜨린 기업

스노우플레이크

올해 국내 주식시장 화두 중 하나는 공모주 투자였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주식 시장에 입성했다. 많은 투자자가 상장 전에 이 기업들의 주가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공모주 투자에 참여했다. 버핏은 공모주 투자를 ‘복권’에 비유하며 회의적으로 본 투자자다. 극소수만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공모주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버핏의 지론이었다. 실제로 그는 1956년 자동차 회사 포드 공모주에 투자한 이후 단 한 번도 공모주 투자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버핏이 공모주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버핏의 원칙마저 무너뜨린 이 기업은 스노우플레이크다.

오라클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2012년에 설립한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기업 고객들의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해주는 스노우플레이크는 데이터산업 성장세를 타고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기업과 비슷한 비즈니스 구조를 갖고 있지만, 합리적인 요금을 내세워 고객을 늘리고 있다. 포춘지가 뽑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30% 가량이 스노우플레이크의 고객이다. 은행, 보험업, 슈퍼마켓처럼 전통적인 기업에 투자하기를 좋아하는 버핏은 “진짜 좋은 주식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그랬던 그가 복잡한 기술을 보유한 IT 회사에(게다가 공모주 투자 방식으로) 베팅했다는 사실에 시장이 술렁거렸다. 무엇이 버핏의 원칙을 흔들었을까. 아마도 버핏은 코로나가 앞당긴 패러다임 변화에 집중한 듯하다. 데이터가 금맥처럼 여겨지는 시대에서 클라우드 기술은 기업의 필수 무기가 됐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버핏의 규칙마저 바꾼 이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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