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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낳은 새로운 식문화

2020. 09. 21

Writer 신현호 : 여행, 그릇, 음식에 관심이 많은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여행을 떠나지 못하면서 사람들은 여행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국내여행이 늘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제주행 비행기가 만석이 되고 비교적 제약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국내의 관광지들의 사진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웠다. 이국의 도시의 모습과 자연의 풍광들이 그리운 사람들은 옛 여행 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끊임없이 쏟아지는 세계 각지의 사진들과 영상들을 보면서 그동안 새삼스레 우리가 참 여행을 많이 다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여행상품

실제로 지난 2010년 대는 아마 인류가 가장 쉽게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여행을 했던 10년으로 기억될 것이다. 저가 항공의 등장과 항공사 간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가까운 일본과 대만, 중국 정도는 국내 여행과 큰 차이가 없고 물가가 저렴한 나라는 국내여행보다 더 싸게 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항공사들이 파산의 위기에 놓여 있고 각 나라는 국경을 닫고 있다. 이제 당분간 비행기를 타고 가는 해외여행은 어렵고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제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의 일상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지역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이라면,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어디를 갔는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세상을 6개월쯤 살다 보니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출발'도 목적지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정한 장소에 가고 싶다는 마음만큼 지금 여기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도 여행을 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공항 리무진에 짐을 싣고 인천공항을 향해가는 길, 짐 검사를 마치고 면세점에 들어서는 해방감, 여권과 보딩패스를 보여주고 비행기에 들어서는 느낌, 일상과의 단절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그 모든 순간들 모두 사실은 다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절절히 느낀 2020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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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읽어낸 몇몇 항공사들은 재미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공항을 이륙했다가 공해상을 비행하고 다시 원래 공항으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다. ANA 항공은 8월에 하와이행 A380으로 유람 비행 상품을 만들었고 사람들이 몰려 추첨을 통해 승객을 선정하기도 했다. 9월 비행 역시 일찌감치 마감되었다. 대만의 EVA 항공도 타이베이 출발 타이베이 도착 비행 편을 편성했다. 이 비행기는 하늘에서 하트 모양이나 엄지 모양을 만들고 출발했던 공항으로 돌아온다,. 언뜻 들으면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도 가지 않을 이 비행기 표를 사고 있다. 목적지가 없다는 것뿐 기내식도 나오고 면세품 쇼핑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어도, 어디론가 떠나는 듯한 느낌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여행상품 이미지 출처: https://www.flightkitchen.ca/

심지어 이제는 몇몇 회사들이 일반인들에게 기내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론 기내식은 비행기 여행에서 상대적으로 즐겁지 않은 경험으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데워서 내는 기내식이 맛있기는 사실 힘들다. 하지만 음식 탓만은 아니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미슐랭 3 스타 쉐프 안-소피 픽(Anne-Sophie Pic)이 만든 에어 프랑스의 기내식을 먹어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수만 피트를 비행 중인 기내라는 공간 자체가 음식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항공사에서 했던 실험에 따르면 비행기 안에서는 단 맛과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향과 맛에 무뎌지니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기내식마저도 그리워지는 것이다.

미국의 인디언들은 영혼이 비행기처럼 빠르게 여행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전화와 카톡, 인터넷에서 단절된 비행기 속에서는 그래서 종종 어딘가 영혼을 두고 온 것 같은 멍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춥고 건조한 기내 공기와 비행 내내 귓전을 맴도는 웅- 하는 백색 소음은 정말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기내식이 그립다면 아마도 맛 때문이 아니라 출발과 도착의 그 중간 어디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내가 발딛고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그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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