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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DESIGN

범인은 바로 너

2019. 12. 30

작품이 훼손됐고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전시장에서 벌어진 아트 미스터리의 진상은?

Writer 정준화 : 디지털 기획자.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

바나나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은 지난 12월 초에 열린 <아트 바젤 마이애미 2019>의 가장 뜨거운 감자, 아니 바나나였다. 시장에서 구입한 평범한 바나나 하나를 덕테이프로 벽에 붙인 게 전부인 이 설치 작품에는 무려 12만 달러(한화 약 1억 4천만원)의 가격표가 매겨졌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질 테지만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데이비드 다투나라는 행위 예술가가 카텔란의 ‘예술’을 떼서 먹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 기습적인 해프닝은 반달리즘일까? 아니면 또 하나의 아트일까? “중요한 건 바나나가 아니라 콘셉트입니다. 전 작가의 콘셉트를 먹었을 뿐이에요.” 다투나는 몰려드는 인터뷰어들에게 여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무명 아티스트의 도발은 결론적으로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소속 갤러리에게도 썩 훌륭한 마케팅이 됐다. 사건 직후 ‘코미디언’의 세 개 에디션은 모두 판매가 됐다.

글로벌 브랜드와 유명인들은 SNS에서 문제의 작품을 앞다투어 패러디하고 있다. 물론 전시장의 모든 사건사고가 이렇듯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우연과 필연, 음모와 반전이 난무하는 에피소드들은 종종 미스터리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거나 아찔하다. 이를테면 다음의 사례들처럼.

토일렛 페이퍼

참고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업은 하우디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그가 창간한 매거진 <토일렛 페이퍼>와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셀레티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은 특유의 괴팍한 유머 감각이 녹아 있는 매력적인 오브제들이다. 게다가 1억 4천만원짜리 바나나보다는 가격도 저렴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피해자 : 데미안 허스트의 무제 설치 작품
용의자 : 런던 아이스톰 갤러리의 청소부

데미안 허스트 사진출처 eternitygallery

2001년, 자신의 신작 전시 론칭 파티에 참석한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는 즉흥적으로 설치 작업을 하나 완성한다.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인 상어나 다이아몬드로 뒤덮은 해골처럼 남다른 소재를 즐겨 활용해온 작가가 이날 선택한 재료는 담배꽁초로 가득 찬 재떨이, 반쯤 채워진 커피 컵, 빈 맥주병, 신문 등이었다.

데미안 허스트의 무제 설치 작품

다음 날 아침 출근한 갤러리 직원 엠마누엘 아사르는 유명 작가의 신작을 처음으로 감상하게 된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눈앞의 난장판을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기 시작했다. “저한테는 전혀 예술처럼 보이지 않았거든요.” 고가의 작품을 소각장으로 보낼 뻔했던 청소부는 인터뷰를 통해 작가의 뼈까지 난타하는 의연함을 보였다. 사태를 파악한 스태프가 쓰레기봉투를 도로 수거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전날 찍어둔 사진을 바탕으로 설치를 재현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전개는 좀 더 심각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밀실 훼손

피해자 : 마크 퀸의 ‘Self’
용의자 : 컬렉터 찰스 사치의 주방 확장 공사 인부, 또는 전시장 직원

마크 퀸 사진출처 operagallery

4리터의 피가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추리 소설의 도입부 같은 소문이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마크 퀸의 ‘셀프(Self)’는 작가가 자신의 피를 소량씩 뽑아 모은 뒤, 두상을 본뜬 틀에 넣고 얼려서 완성한 조각이다. 작품의 관리 또한 까다로워서 늘 영하 10도의 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한때 젊은 영국 아티스트들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던 찰스 사치도 이 문제작의 컬렉터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2002년경 ‘셀프’가 훼손됐다는 루머가 갑작스레 퍼지기 시작했다.

<더 가디언>의 보도는 주방 확장 공사를 위해 사치의 자택에 들른 인부가 작품이 들어있던 냉장고의 플러그를 뽑아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수장고의 직원이 퇴근하며 절전을 위해 냉동고 전원을 내렸던 게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찰스 사치 측은 소문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미스터리로 남는 듯했던 ‘셀프’는 결국 2004년이 되어서야 전시를 통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살짝 녹아내렸다가 다시 얼리면서 생긴 듯한 곳곳의 흔적에 주목했다. 예기치 않은 해프닝이 오히려 작품의 희소성을 높여준 덕분일까? 찰스 사치는 소장하고 있던 1991년 작 ‘셀프’를 150만 파운드에 되팔아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게 된다. 누구의 손가락 하나 닿지 않은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와 한 문제작의 운명이 널을 뛰었던 셈이다.

엄지 옆 발가락의 아픔

피해자 :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용의자 : 상습적 미술 훼손범 피에로 카나타

다비드 사진출처 wikipedia

한 남자가 재킷 아래 감추고 있던 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리석 조각상을 힘차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대낮에 난데 없는 수난을 당한 건 피렌체 아카데미아 갤러리에 설치되어 있는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였다. 범행 동기를 묻자, 당시 47세의 무직자였던 피에로 카나타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베로네제의 모델이었던 나니의 사주 때문이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을 했다. 다행히 훼손은 경미한 수준이었다. 석상의 왼발 두 번째 발가락에서 쪼개진 조각이 곧바로 수거됐고, 작품은 큰 무리 없이 복원됐다. 재판을 거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카나타는 이후에서 수차례 또다른 미술 작품을 공격해 뮤지엄과 갤러리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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