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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공원 옆 영화 음악실

추억을 소환하는 그때 그 영화 속 그 노래들

2019. 10. 21

Writer 정준화 : 디지털 기획자.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쓴다.

카세트 테이프

‘온라인 탑골공원’은 최근 부쩍 자주 회자되는 검색어 중 하나다. 지난 8월 말부터 'SBS 인기가요'의 1990년대 방영분이 24시간 스트리밍되기 시작하면서 왕년에 힙합 바짓단 끌고 다니며 길거리 청소 좀 해봤던 엑스 세대들의 향수를 본격적으로 자극했다. 그 시절의 노래들과 함께 소환된 날카로운 흑역사의 기억을 고백하는 유저들 때문에 댓글창은 늘 붐빈다. 이 노골적인 추억팔이는 지금의 10대나 20대에게도 꽤 흥미로운 구경거리인 모양이다. K팝의 시스템이 완성되기 이전의 가요계에서 낯선 재미를 재발견하고 있다는 감상이 적지 않다. 오프라인의 탑골공원과 달리, 온라인 탑골공원은 은근히 폭넓은 세대를 수렴하며 활발한 대화를 주선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좀 더 파고들면 유튜브 추억 열차 안에서도 취향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누군가는 HOT 콘서트에서 흰 풍선을 흔들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김현철의 시티팝을 반복해서 들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20~30여 년 전의 영화 음악들에 유독 크게 반응한다. 좀 더 덜 알려지고 뭔가 더 있어 보이는 유럽 아트 무비의 오리지널 스코어가 아니라 당대의 라디오 디제이들이 지겹도록 틀어 대던 할리우드 흥행작의 삽입곡들 이야기다. 맞다. 시대착오적이고 어딘가 쿨하지 못한 노래가 대부분이다. 나도 이런 내가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어쩐지 주기적으로 남들의 눈을 피해 철 지난 영화 음악을 검색하게 된다. 오래된 ‘유행가’들만이 줄 수 있는, 뻔해서 더 특별한 감흥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앞으로도 숨어서 꾸준히 다시 듣게 될 것 같은 플레이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어게인스트>의 ‘Against All Odds’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흔한 설정이다. 무일푼의 미식축구 선수가 악명 높은 갱과 그의 연인 사이에 개입해 끈적한 삼각관계를 이루게 된다. 테일러 헥포드의 <어게인스트>(원제 ‘Against All Odds’)는 레이철 워드를 마성의 미녀 역할에 캐스팅한 다음 제프 브리지스의 젊은 시절 미모를 풀코스로 뜯어 먹는 누아르 풍 로맨스물이다. 영화는 배우들의 매력 외에는 큰 장점이 없는 범작에 그쳤지만 엔딩 크레딧을 인상적으로 채웠던 필 콜린스의 주제곡만큼은 불멸의 클래식으로 남았다. 훗날 뮤지션은 당시 겪었던 이혼의 아픔이 곡을 쓸 때 영감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필 콜린스의 첫 번째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이며, 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네킨>의 ‘Nothing’s Gonna Stop Us Now’

스타십의 가장 큰 히트곡 중 하나로 피그말리온 신화를 재해석한 1987년작 로맨틱 코미디인 <마네킨>에 삽입됐다. 경쾌한 신시사이저 비트의 오프닝, 선명한 멜로디, 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 등이 80년대식 ‘파워 발라드’의 모범 답안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들어도 신기할 정도로 질리지가 않아서 (이 곡을 쓴) 알버트 하몬드와 다이앤 워렌이 벌어들인 저작권 수입이 쓸데없이 궁금해질 지경이다. 뮤직비디오 속 스타십 멤버들의 헤어스타일은 노래의 만만치 않은 연식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백 투 더 퓨처>의 ‘Power of Love’

문득 순식간에 늙어버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를테면 <백 투 더 퓨처 2>와 <블레이드 러너>가 묘사했던 ‘먼 미래’가 각각 2015년과 2019년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순간처럼 말이다. 그런데 영화 개봉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이 그리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타임머신도 리플리컨트도 등장하지 않았고, <백 투 더 퓨처> 1편의 주제곡이었던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의 ‘Power of Love’도 여전히 내 플레이 리스트에 남아 있다. 극 초반, 마이클 제이 폭스가 연기한 마티 맥플라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등교하던 장면에 흐르는 이 노래는 들을 때마다 차창을 연 채로 드라이브를 하고 싶게 만든다. 밴드의 보컬인 휴이 루이스는 영화에 직접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학교 축제 오디션에서 ‘Power of Love’를 연주한 마티에게 “지나치게 시끄럽다”라고 핀잔을 주는 심사위원 역할이었다.

<터미테이터 2>의 ‘You Could Be Mine’

10월 말 개봉 예정인 팀 밀러의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그리고 3편부터 5편까지는 없던 셈으로 치고 2편으로부터 곧바로 배턴을 넘겨받는 리부트 속편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제작자로 복귀한 제임스 카메론이 다른 전임자들의 손이 탄 부분을 깔끔하게 도려내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프랜차이즈를 재구축하기로 결심했던 것. 힘이 빠질 대로 빠진 시리즈를 흥행의 제왕이 다시 한번 부활시킬 수 있을지가 영화 본편만큼이나 궁금한 상황이다. 그런데 하도 본 지가 오래돼서 2편의 내용이 가물가물하다면? 그럴까 봐 1991년의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던 흥행작이 3D 버전으로 재개봉을 준비 중이다. 당대의 아이돌인 에드워드 펄롱의 미모와 LA 메탈을 대표하는 밴드였던 건스 앤 로지스의 ‘You Could Be Mine’을 오랜만에 극장에서 감상할 기회다.

<청춘의 승부>의 ‘Crazy For You’

(<기묘한 이야기> 1시즌의 악당이기도 했던) 매튜 모딘이 선수로서의 목표와 갑작스럽게 찾아온 첫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등학생 레슬러로 등장한 <청춘의 승부>의 원제는 <비전 퀘스트(Vision Quest)>다. 주연 배우조차도 SF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감상을 밝혔을 만큼 어리둥절한 제목이었기 때문에, 결국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다른 개봉제, 즉 <크레이지 포 유(Crazy For You)>로 소개가 됐다고 한다. 이 청춘 드라마의 주제곡이었던 마돈나의 발라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관계자들 역시 영화 본편보다 영화에 쓰인 노래가 더 유명해지리라는 걸 예견했던 걸까? ‘Crazy For You’는 ‘Like A Virgin’에 이은 마돈나의 두 번째 넘버원 싱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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