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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파스타의 맛

이탈리아의 각 지역 파스타 맛보기

2019. 05. 13

Writer 신현호 : 여행, 음식, 그릇에 관심이 많은 뉴욕 거주 푸드 칼럼니스트. 부업은 회사원.

어린 시절 파스타는 왠지 ‘일상적이지 않은 음식’이었다. 곡물 가루를 반죽해서 길게 뽑거나 (예: 스파게티와 국수) 납작하게 성형해서 (예: 뇨끼와 수제비), 또는 안에 재료를 채워서 (예: 라비올리와 만두) 익혀 먹는 요리는 한식에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유독 파스타를 그렇게 특별하게 느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주말 오후 배달 피자에 딸려 오던 다 불어버린 미트 소스 스파게티도, 데이트를 위해 고심해서 고른 식당에서 먹은 정체불명의 크림 소스 까르보나라도 모두 그렇게 이국적으로 기억된다.

다양한 파스타 면

파스타의 레시피는 어떤 면을 쓸 것인가, 어떤 소스를 쓸 것인가, 어떤 부재료를 넣을 것인가, 이렇게 세 가지로 정해진다. 파스타의 종류는 모양과 성형 방식에 따라 백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토마토, 올리브 오일, 알프레도, 각종 페스토 등등 10가지가 넘는 소스, 다양한 부재료까지 고려하면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물론 이 수많은 조합 속에서도 유독 더 사랑을 받는 파스타들이 있다. 그리고 평양의 냉면, 강원도의 막국수, 부산의 밀면처럼 이탈리아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파스타들도 있다. 이 조합들은 그 지역 특유의 자연 환경과 산물, 역사와 사람들을 반영한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여행해봤던 지역의 파스타를 먹으면 자연스레 그곳의 풍경이 떠오른다.

시칠리아의 해산물 파스타

시칠리아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칠리아에서는 근방에서 풍족하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을 과감하게 쓴다. 우리나라의 해물찜이 연상될 정도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가는 스코글리오(Scoglio) 파스타, 껍질도 없이 조갯살이 무심하게 툭툭 올라와 있는 파스타, 절이지 않은 정어리로 만든 파스타 콘 사르데 (Pasta con Sarde), 우니가 마치 크림처럼 소스로 묻어나오는 파스타 콘 리치 디 마레 (성게 파스타, Pasta Con Ricci Di Mare), 그래서 시칠리아의 파스타는 바다가 떠오르는 맛이다.

어란

숭어나 참치의 알을 말려 만든 보타르가(Bottarga, 어란)를 넣은 파스타도 유명하다. 생선의 알이 가지고 있는 바다향과 찌르는 듯한 짠 맛이 면의 풍미를 상승시킨다. 어란은 일본의 카라스미, 대만의 우위즈, 우리나라 영암 어란 같이 동북아 지역에서는 꽤 흔한 재료이다. 처음 어란 파스타를 먹었을 때 너무 친숙한 맛이어서 되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라노

신사동 몽고네와 볼피노에서는 성게알 파스타에 어란을 올려준다. 압구정동의 그라노에서는 어란으로만 만든 스파게티를 방배동 뽈뽀에서는 링귀니를 맛볼 수 있다.

+ 몽고네 신사점 :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5
+ 리스토란테 볼피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0-7
+ 비스트로 뿔뽀: 서울 서초구 방배로 42길29

로마의 카치오 에 페페 (Cacio e Pepe)

페코리노 로마노

지난 몇 년 사이 뉴욕에서는 갑자기 까르보나라(Carbonara)로 대표되는 로마식 파스타가 큰 인기를 끌었다. 까르보나라를 흔히 크림 파스타로 알고 있는데 오리지널 레시피는 관찰레(Guanciale, 돼지 볼살을 염장해 만든 햄)와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치즈, 그리고 계란 노른자만 들어간다.

단순한 요리이지만 쿰쿰한 관찰레의 향과 파마산 치즈보다 날카롭고 진한 페코리노 로마노의 맛이 까르보나라를 보다 다층적으로 만들어준다. 로마 사람들을 만나서 알프레도 크림 소스에 베이컨으로 만든 까르보나라를 좋아한다고 하면, 아마도 길고 긴 ‘면(麵)스플레인’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카치오 에 페페

카치오 에 페페(Cacio e Pepe)는 심지어 더 단순하다. 이름처럼 면과 치즈(Cacio), 후추(Pepe)가 전부이다. 레시피는 단순하지만 치즈를 잘 개어 면에 고루 묻히는 일이 쉽지 않다. 잘 만들어진 카치오 에 페페를 입 안에 넣고 먹다 보면 치즈의 강렬한 감칠맛과 살짝살짝 씹히는 후추향 사이로 파스타의 고소함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마늘과 올리브유만 들어가는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나 카치오 에 페페와 같은 극도로 미니멀한 파스타는 탄수화물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쿠촐로

간단한 파스타이니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메뉴에 올린 파스타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에서는 쿠촐로, 오스테리아 오르조에서 카치오 에 페페를 맛볼 수 있다.

+ 쿠촐로: 서울 용산구 신흥로 30-1
+ 오스테리아 오르조: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20길 47

피에몬테의 타야린(Tajarin)

피초케리(Pizzoccheri) 피초케리(Pizzoccheri)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색 건조 파스타는 사실 남부의 파스타이다. 북부에서는 글루텐이 많이 포함된 듀럼밀이 잘 생산되지 않아 연질 밀가루로 만든 생파스타를 더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북부의 파스타는 식감이 부드럽다. 알프스와 맞닿은 지역에서는 이 밀가루도 귀해서 메밀을 반죽해 칼로 잘라 피초케리(Pizzoccheri)라는 파스타를 만든다. 반죽 비율은 메밀과 밀가루 8:2인데 글루텐이 적어 툭툭 끊긴다. 사실 이쯤 되면 같은 비율로 만드는 일본의 니하치(二八) 소바와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반죽에서 바로 면을 뽑다보니 칼국수처럼 잘라서(이태리어: Tagliare) 만든 파스타들이 흔하다. 이탈리아 북부의 피에몬테에서는 계란을 넣어 반죽하고 얇게 자른 탈리에리니(Taglierini)를 먹는데 이 지방 방언으로 타야린(Tajarin)이라고 부른다. 보통 소고기를 다져 만든 라구 소스를 비벼 먹는다. 비벼 먹는다는 표현은 왠지 파스타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생파스타는 양념이 잘 붙어서 면에 묻히듯 나온다. 그래서 자연스레 비빔국수가 떠오른다. 부드러운 면을 입 안에 넣으면 계란의 풍미와 진한 라구 소스의 맛이 입 안에서 휘몰아친다. 모든 면이 꼭 알 덴테(Al dente, 치아에 씹히는 느낌이 남을 정도로 익힌 면)일 필요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감각적으로 깨닫게 된다.

타야린(Tajarin)

청담동 뚜또베네에서는 능이 버섯으로 소스를 만든 타야린을 낸다. 타야린의 본고장 알바가 송로버섯으로 유명한 도시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꽤 훌륭한 현지화이다. 상암동 트라토리아 몰토에서는 돌직구 같은 라구 소스 타야린을 맛볼 수 있다.

+ 뚜또베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7길 5
+ 트라토리아 몰토: 서울마포구 월드컵북로 3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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