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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사진

2018. 11. 26
아니 에르노의 사진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아니 에르노는 말했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철저한 기록’으로 규정하는 에르노는 소설 <단순한 열정>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연하의 유부남과 나눈 사랑을 은유 없이 기술한 문제적 작품이다. 불같은 감정이 지나가고 난 후, 어떠한 수식 없이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복기해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또한 에르노는 2011년 선집 <삶을 쓰다>를 통해 생존 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 최고 출판사인 갈리마르 총서에 편입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삶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적지 않는다. 그것은 소리가 없으며, 형태도 없다.’ <삶을 쓰다> 서문에서 드러나듯, 아니 에르노가 적는 인생사는 노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형태의 자서전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이번에 선보이는 <사진의 용도>는 조금 더 특별한 ‘현재진행형 자서전’이다. 연인인 마크 마리와 사랑을 나누고 난 후의 흔적, 넘어진 하이힐, 바닥에 널브러진 바지, 뒤집어진 채 뒹구는 니트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연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욕망의 밤이 끝나고 난 뒤 아침에 밀려오는 감정에는 당시 유방암을 앓고 있던 아니 에르노의 생을 향한 투쟁도 담겨 있다. 또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죽음을 배우는 연인 마크 마리의 시선도 느낄 수 있다.

에르노는 어지러운 풍경이 담긴 사진, 그 사진 너머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글로 기록했다. 그리고 또 한 번 ‘직접 체험한 인생의 한 단면’을 작품으로 완성했다.

<사진의 용도>, 저자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역자 신유진, 출판사 1984북스, 11월 5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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