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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ptyque BAIES

Room Spray & Candle

2018. 02. 13
깊고 빠르게, 그리고 고급스럽고 은은하게 공간이 향기로 채워진다. 딥티크 베이 룸 스프레이와 캔들을 사용한 후의 변화다.
딥티크 베이향의 룸스프레이와 캔들이 서랍장위에 놓여있는 사진

못 맡고 자라서 그래

향초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일 것이나, 내 경우에는 ‘없이 살아서’다. 후각이 예민한 동거인 때문에 향은 삶에서 삭제된 단어였다. 한창 유행하던 양키 캔들을 사 나르다 싸운 적도 있다.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 피운다고 반박하면 궤변이 돌아왔다. “힐링은 아파트 뒷산에서.” 독립 첫날에 제일 먼저 산 것? 당연히 캔들과 룸 스프레이, 바로 딥티크의 베이다.

딥티크 베이향의 룸스프레이와 캔들이 서랍장위에 놓여있는 사진

베이, 물가에 내놓은 장미

딥티크가 어떤 브랜드인가.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정통 니치 퍼퓸 명가가 아닌가. 그중에서도 베이는 베스트셀러다. 1983년 출시된 이래 35년째 줄기차게 팔리는 향수 ‘롬브로단도’와 향이 비슷해서 인기가 좋다.

딥티크 베이의 블랙 캔들

베이는 딥티크의 대표 향으로, 싱그럽고 달콤하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장미 같다. ’달콤한 과일 향과 불가리안 로즈 향을 조화’시켰다는 제품 설명이 와 닿지 않는다면, 호수 옆 녹색 정원이 있고 그 가운데 피어난 한 송이 장미를 상상해보자. 개인적으로 꽃 냄새 강한 향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베이는 은은하다. 흔한 장미 향과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너무 ‘장미 장미’ 하지 않아서 좋다. 이런 상상도 잠시 해봤다. ‘풀과 장미의 전쟁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장미 한 송이가 풀 사이에 숨어 있다’라고.

그렇다고 마냥 얕은 향은 아니다. 은은하지만 묵직하고 잔잔하면서도 깊다. 첫 향은 쌉싸름한 풀 냄새 같은데, 이내 상쾌한 물 냄새를 풍긴다. 그 후에 점점 싱그럽고 달콤한 장미 향이 느껴진다. 보통 꽃 냄새 향수가 직사광선이라면, 딥티크 베이는 동틀 녘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 같다.

치명적인 매력의 향

딥티크는 도도하다. ‘니치’ 향수는 직역하면 '틈새'라는 뜻. 즉, 소수 상위 고객을 겨냥해 비싸도 ‘쓸 사람만 쓰시라’하는 태도로 향을 만든다. 그런데도 끝내 딥티크 베이를 선택하고야 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향이 치명적이다. 가격 착한 향수는 만든 사람이 천국으로 가겠지만, 사악한 가격의 딥티크는 나를 천국으로 보내준다.

딥티크 베이 캔들에 불을 붙인 모습
딥티크 베이 캔들에 불을 캔들스너퍼로 끈 모습

그리고 예쁘다. 시그너처 타원형 라벨이 ‘무심한 듯 에지 있다.’ 딥티크 창시자 중 한 명인 데스몬드녹스-리트가 직접 디자인한 오리지널 일러스트레이션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인디아 잉크로 꾹꾹 눌러쓴 폰트는 서정적이기까지 하다. 꼭 프랑스 시인이 책상 위에 놓아두고 의식처럼 피울 듯한 고고함을 풍긴다. 딥티크는 포장 상자부터 제품 패키지까지 색을 ‘블랙 & 화이트’ 딱 두 가지만 쓴다. 기교를 부리지 않아 더 고상하고 품위 있다. 흩뿌리듯 성근 텍스트 배열로 새긴 ‘BAIES’ 로고도 매력적이다. 내가 향초와 룸 스프레이를 고르는 기준은 향이 죽여주거나 디자인이 끝내주거나. 그런데 딥티크 베이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안 살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딥티크는 무척 깐깐하다. 미국 딥티크 랩에서 실험을 거친 후, 독일에서 안전 검사를 통과한 캔들 왁스만 딥티크 향초가 될 자격을 얻는다. 사람들이 향초 사용을 꺼리는 이유가 왁스의 그을음이 폐에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인데, 딥티크와는 무관하다. 인체와 환경에 해가 없음을 검증받은 고품질 원료와 맑은 왁스로만 제작한다.

잡내 없애는 지우개

미니 캔들의 용량은 70g. 작다고 얕보지 말자. 약 30시간 정도 피울 수 있다. 10분만 불을 붙여 두면 공간이 금세 베이 향으로 가득 차기 때문에 꽤 오래 쓴다. 성질 급한 사람이라면 룸 스프레이는 근사한 대안. 뿌리는 순간 집이 숲속으로 변하는 마법이 펼쳐진다. 산뜻한 물 냄새, 풀 냄새와 함께 장미가 피어나고 블랙 커런트 열매가 맺힌다. 발향도 좋고 잔향도 오래간다.

베이 룸스프레이를 뿌리고있다

나처럼 밥하면 부엌, 책 읽으면 서재, 잘 때는 침실이 되는 원룸형 오피스텔 독거인에게 룸 스프레이는 제격이다. 당연하게도 오만 가지 냄새랑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문자 그대로 ‘향’에 꽂혀서 집을 절간으로 만들었는데, 딥티크 베이가 온 지 하루 만에 오래 밴 향냄새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비릿한 새우도 볶아보고 고기도 구워봤건만, 룸 스프레이를 세 번 칙칙 뿌렸더니 잡내가 다 지워졌다. 거의 지우개 수준이다. 이 정도라면 쾨쾨한 방 냄새나 체취도 한번에 지워낼 것 같다. 그러므로 당연히 남자에게도 추천. 룸 스프레이의 장점은 빠르게 공간을 채우고 은은하게 남는다는 점이니 옷장에 뿌려둬도 좋겠다. 베이 향이 옷 구석구석 스며들어서 다음 날 베이를 입고 출근하는 기분이 들 테니까.

Review by 하예진 : ‘향’에 꽂힌 <하입비스트> 에디터

HOWDY SAYS

  • howdy

    - 아주 빠르게 그리고 은은하지만 무척 깊게 배는 향.
    - 쓰자 마자 바로 티가 나는 향.
    - 딥티크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 dowdy

    - 가격이 부담된다면 선물 받으면 좋다. 정 안 되면 나의 왼손이 오른손에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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